오사장의 생각

[ 회사이야기 2 ] 정치가 싫다고 피해도, 정치는 당신을 향해 다가온다

오사장의 일상 2025. 6. 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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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닌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단어, "정치".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다.
회장님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작스레 조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의 교묘한 음모와 왜곡된 정보가 그를 덮쳤기 때문이다. 실력 하나로 인정받던 사람이었지만, 그조차 '정치'라는 흐름을 이겨내지 못했다.

 

직장인의 능력에는 참 많은 것이 있다. 꼼꼼함, 커뮤니케이션 능력, 영어 실력, 운전, 숫자 감각 등 수없이 다양한 스킬이 산업 곳곳에서 요구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스펙 중, 나는 ‘정치’라는 능력치야말로 사람을 나락으로 몰 수 있는 무서운 능력치라는 걸 느끼게 됐다. 

모든 직장인이 반드시 키워야 할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저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레이더' 감각을 무조건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정치'는 누군가를 퇴사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좌천시키는 이면에는 실력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작동하고 있었다.

바로 조직의 흐름을 읽고, 정서를 조율하고, 타이밍을 아는—‘정치력’이었다.

 

이 능력을 사회 초년생 때부터 조용히, 차근차근 올려온 직장인이 있다면 그는 이미 ‘정치 만렙’의 경지에 도달한 셈이다.

만약, 꼼꼼함 스탯이 만렙인 직장인, 소위 일 잘하는 능력 100%의 직장인과 정치력 스탯이 만렙인 직장인이 한 부서에서 의견 충돌을 겪는다면—
과연 조직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사내 정치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중립이 되는 건 아니다.
어느 회의에서 말 한마디 아끼다 “소극적”이라 불리고, 누구와 점심을 먹느냐에 따라 “그쪽 사람”이 된다.

아무 의도 없던 선택이 누군가에겐 신호가 되고, 정리 대상이 된다.

조직이라는 공간은 애매함을 견디는 힘을 요구한다. 말과 침묵 사이, 지지와 방관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
그래서 회사에서의 정치는, 때로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을 어떻게 말하지 않는가' 에 대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정치는 냉정하다. 그리고 조직에서 정치는 실력만큼이나 강력한 ‘생존의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신이 어떤 능력을 갈고닦고 있든, ‘정치’라는 보이지 않는 능력치도 잊지 말고 가끔은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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